![[씨저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제왕적' 지배구조 더 강해져, 또다른 힘의 원천 '우호지분'](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05204837_72424.jpg)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2023년 3월24일 열린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및 계열사들의 사외이사를 겨냥해 이사회가 견제와 내부통제에서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사외이사들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이러한 행보에 발맞추고 있다.
삼성증권은 김화진 서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 감사위원 겸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다. 하나증권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인 남기명 전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러한 흐름과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오너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아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이사회에 강한 영향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계열사 전반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회장이 계열사의 경영 및 인사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 이사회 의장을 맡은 데 더해 경영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도 멑어 경영위원회, 대표이사 추천 권한도 보유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의 숫자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 숫자는 2023년 9명에서 2024년 7명, 2025년 5명으로 감소했다.
사외이사 3명이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임에도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신임 사외이사는 1명에 그쳤다.
김정기 전 하나은행 마케팅그룹 대표,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김태원 이노레드 공동대표는 2019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아 2025년 임기를 마쳤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정관을 살펴보면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대 6년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3월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로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이사, 지영조 전 현대자동차 고문, 이성규 베어스톤파트너스 경영자문 부문대표, 백영재 넷플릭스 디렉터를 선임했다.
이 가운데 새롭게 선임된 사외이사는 백영재 이사뿐이다. 다른 사외이사는 기존에 사외이사를 하던 인물들이 재선임됐다.
◆ 김남구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우호지분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김 회장이 20.70%의 지분으로 한국금융지주의 최대주주를 맡아 지주회사를 지배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캐피탈 등의 핵심 계열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다른 금융지주 오너 일가와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48.63%,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34.32% 등 다양한 계열사에 걸쳐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배구조는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 순으로 이어진다. 미래에셋컨설팅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 36.92%,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캐피탈 주식의 29.53%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메리츠금융지주 완전 자회사 편입 이후 51.25%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방어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이유로는 ‘우호지분’이 꼽힌다.
보통주 기준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5.36%와 국민연금공단 10.48% 외에도 해외 기관투자자 오르비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6.68%가 김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 모두가 김 회장의 우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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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9월10일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확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김 회장은 집안 소개로 만난 고소희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남인 김동윤 한국투자금융지주 대리는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김 대리는 2019년 한국투자증권 해외대학교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한 뒤 사원으로 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우고 있다. 오너 일가에서 흔히 보이는 초고속 승진 없이 대리로서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는 동원그룹 전통의 후계자 교육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장남인 김남구 회장을 원양어선에 태우고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을 참치캔 제조공장 생산직으로 보낼 정도로 현장 경험을 중요시했다.
김 회장은 2019년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서 아버지로부터 배운 현장 중심 교육과 관련해 “여러분 나이 정도였을 때 뭔가 전환의 계기가 필요해서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는데 거기서 세상을 배웠다”는 소감을 남긴 바 있다.
김동윤 대리는 최근 2년 동안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을 장내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고 있다.
김 대리는 2023년 7월 자기 자금 26억4030만 원을 들여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식 5만2739주를 처음으로 장내 매수했다.
김 대리는 2024년 1월 다시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24년 4월까지 보유한 주식을 33만6739주까지 늘렸다. 보통주 지분율로 따지면 약 0.60%다.
김 대리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 회장이나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꾸준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늘려온 바 있다.
다만 경영승계 자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윤 대리는 아직 1993년생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경영권을 이어 받기엔 나이와 경험이 적은 편이다. 김남구 회장 또한 1963년생으로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승계를 논하기엔 이르다.
김남구 회장 또한 김동윤 대리로의 승계 작업이 진행되기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023년 9월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경영승계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승계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아직 테스트 과정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