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벌크선(건화물선) 중심의 해운사인 팬오션이 세계 건화물 운송시장의 긴 불황에도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철광석·유연탄 등 건화물의 장기 운송계약을 통해 해운 운임 하락에 영향을 덜 받는 사업구조를 만든 것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팬오션 벌크선 불황에도 1분기 실적 선방, 안중호 장기운송 확대로 안정 성장 초점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이 벌크선 해운 장기 운송계약 물량을 늘리며, 올해 불황 국면에서도 안정적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팬오션> 


벌크선 해운 시장이 2027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상호관세 조치 등에 대응해 장기 계약 물량을 더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24일 증권가의 팬오션 1분기 실적 전망을 종합하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982억 원보다 늘어난 1천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올해 1분기 평균 1118포인트로 지난해 1분기보다 38.7%가 하락했지만, 높은 장기 운송계약 비중이 불황 속 실적 방어의 주 요인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회사의 장기계약 매출 비중은 지난해 40% 중반인 것으로 추정됐다.

장기 운송계약은 연간 계약된 약정 물량에 원가와 적정 마진을 반영한 고정 운임이 적용된다. 또 연료값 변동은 유류할증료를 통해 보전돼 수익구조가 안정적이다.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한국서부발전(2036년까지, 3019억 원) △한국남동발전(2033년까지 1906억 원) △발레(2030년까지 2367억 원) △현대글로비스(2032년까지 2667억 원) 등 장기 운송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회사는 운송을 위한 선박을 2분기 내 인도 받는대로 계약을 수행할 예정이다. 

친환경 해운 규제 도입,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등 대외 변수가 벌크선 해운 시장에서 장기 계약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상호관세 부과가 벌크선 해운 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벌크선 해운선사들이)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 신흥국 중심의 원자재 수요지역 재편으로 항로 확대와 제3국 우회운송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운임 협상력과 안정적 운송 물량 확보를 위해 주요 화주와 제휴한 물량 연계형 장기 운송계약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오션 벌크선 불황에도 1분기 실적 선방, 안중호 장기운송 확대로 안정 성장 초점

▲ 팬오션의 벌크선 모습. <팬오션>


벌크선 시장의 수급 전망을 보면, 신건조 선박 인도에 따른 벌크선 공급과잉, 화물 수요 부진 등으로 벌크선 운임은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것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2023~2024년 발주된 벌크선 수는 월 평균 50척이었다가, 2025년 1분기 14척으로 감소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발주 감소가 이어진다면 벌크선 해운 시장은 2~3년 이후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며 "2016년에도 선박 발주가 예년보다 적었고, 2018년 이후 시황 호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선 중국 건설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철강 생산량 감소, 파나마 운하 통항제한 완화, 기후변화에 따른 브라질 곡물 수출량 감소 등 올해도 건화물 물동량 수요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회의 결과 중국 정부는 2025년 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2027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5천만 톤 줄이기로 했는데, 이는 철강석 수입량 8천만~9천만 톤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오정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년 벌크선 해운 시장은 중국 경기 부진 지속 등 수요개선 요인이 없어 운임 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발틱건화물운임지수는 2025년 평균 1310포인트, 2026년 평균 1152포인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