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파생상품 미국 50% 관세에 전선업계 수출 타격 입나, 구리값 급등에 관세까지 수익성 악화 우려
박도은 기자 parkde@businesspost.co.kr2025-08-01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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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8월1일부터 구리 파생상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전선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구리 파생제품인 전선에 상호관세 15%에 품목관세 50%가 부과되며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관세 부가로 주요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전선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미국 정부는 8월1일부터 구리 반제품과 완제품에 50%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칠레의 구리 제련 공장 모습. <연합뉴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선물 계약을 통해 구리 가격 인상에 대처할 수 있지만, 이번 미국의 50% 관세는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를 키우는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8월1일부터 구리 반제품과 완제품에 50%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전선 기업들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구리 광석이나 정광 등 원자재는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구리가 들어간 파이프·튜브·배선 등 파생·가공제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 전선 업체들은 생산에 필요한 정제 구리(전기동)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선은 제품 구성상 구리 원자재가 약 60%를 차지하는 만큼, 산술적으로 미국 수출 제품 값의 60%에는 50%의 ‘품목관세’, 나머지 40%에는 15%의 ‘상호관세’가 각각 적용된다. 관세 부담으로 전선 제품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수주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과 LS전선의 미국 수출 비중은 적지 않은 편이다.
대한전선은 2024년 전체 신규 수주 3조7천억 원 가운데 약 20%인 7200억 원을 미국에서 수주했다. LS전선도 전체 매출의 7~8%가량을 미국에서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미국 현지 전력 인프라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전선 기업들이 현지 사업 확대 기회를 노리고 있던 만큼, 관세 50% 부과는 사업 확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치솟고 있는 구리 가격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구리 가격이 2026년 말까지 톤당 1만5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씨티은행은 2025년 말 평균 톤당 1만5천 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7월31일 기준 구리가격은 톤당 9600달러 수준이다.
전선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대부분 공급 계약에 넣고 있어, 일정 부분 제품값 상승분을 수입처에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대응책으로는 선물·옵션 시장을 활용한 원재료 가격 헤지가 있다.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는 계약 시점의 구리 가격에 맞춰 선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 전선은 제품 구성상 구리 원자재가 약 60%를 차지하는 만큼, 산술적으로 미국 수출 제품 값의 60%에는 50%의 ‘품목관세’, 나머지 40%에는 15%의 ‘상호관세’가 각각 적용된다. 사진은 대한전선의 충북 당진 케이블공장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통해 고율의 관세에 대응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전선 업계 관계자는 “신규 입찰의 경우 구리 시세가 올랐다면 그에 맞춰 입찰가를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구리 가격 상승 자체는 장기적으로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관세는 단가 인상과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고율의 구리 관세는 국내 업체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수출 물량에서 수익성 훼손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사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달리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아직 미국 내 생산공장이 없다.
대한전선은 미국 생산 거점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LS전선은 올해 4월 1조 원을 투입해 미국 동부 해안에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에 나섰다. 구리 사용량이 많은 고압 직류 송전(HVDC)용 해저케이블 생산기지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생산 현지화를 위한 투자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현지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수출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 업계 관계자는 “모든 전선 업체가 동일하게 미국 관세 영향을 받는다”며 “글로벌 프로젝트에서는 공개 입찰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국내 업체가 가격 경쟁력만 확보한다면 수주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