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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대응에 각국 '총동원' 나서, 추경안 통과 앞둔 한국 관건은 '정책 조합'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4-08 15: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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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세계 주요국들이 세금 인하, 보조금 지급, 가격상한제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국 역시 유사한 대응에 더해 26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처리를 앞두면서, 고물가·고환율 국면에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고유가 대응에 각국 '총동원' 나서, 추경안 통과 앞둔 한국 관건은 '정책 조합'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정부 안팎에서는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최근 한국 경제 회복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인 7일 ‘경제동향 4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유발 물가 충격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 위축과 가계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바이유 가격이 1월 배럴당 62달러에서 3월 128.5달러까지 급등하면서 석유류와 운송비 등 밀접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충격에 대응해 세계 주요국들은 시장 개입 강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일본은 휘발유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정유업체 등에 초과분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고, 영국과 이탈리아, 스웨덴 등은 유류세를 인하하거나 인하 조치를 연장했다. 스페인과 폴란드는 연료 부가가치세를 낮췄고, 베트남은 연료 수입 관세를 면제했다. 

중국의 가격상한제와 독일의 가격 인상 횟수 제한 등 가격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정책도 확산하고 있다.

공급 측면의 공조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 공동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 이상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며 시장 심리 안정에 나섰다.

이처럼 주요국 대응은 세제 감면, 보조금 지급, 가격 통제 등으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한국 역시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석유 최고가격제 등을 시행해 온 만큼 정책 수단 자체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국가별 정책의 성패는 수단 그 자체보다 ‘개입의 강도’와 ‘지속 가능성’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을 직접 억제할수록 단기적 물가 안정 효과는 크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때 정부가 짊어져야 할 재정적 기회비용이 빠르게 확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는 데 합의하면서 정책 대응은 곧 실행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추경의 필요성 논쟁에서 실제 효과와 부작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중동 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재정 투입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유가 대응에 각국 '총동원' 나서, 추경안 통과 앞둔 한국 관건은 '정책 조합'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8일 국회에서 전체 회의를 열어 '전쟁 추경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예산처는 민생과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히 편성했으며, 모두 26조2천억 원 규모 가운데 고유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 지원, 산업 피해 최소화·공급망 대응 등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25조 2천억 원)와 기금 여유 재원(1조 원)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고, 일부는 국채 상환에 활용하는 등 재정 건전성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신속한 집행을 통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유동성 공급이 환율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국가채무가 이미 1300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선에 육박하는 등 재정 여력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통화 당국의 고금리 기조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충돌하는 ‘정책 엇박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행은 중동발 고유가가 서비스 요금 등 전반적 물가로 전이되는 ‘2차 파급효과’를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사이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 압력과 환율발 수입물가 상승 우려까지 겹치며 통화 완화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 투입이 시중 유동성을 늘려 물가 안정 기조를 약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경기 부양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고유가 대응의 핵심은 추경 규모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재정과 통화정책 간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운용 방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추경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앞으로 정책 대응은 ‘얼마를 더 투입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집행하고 조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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