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2-03 16: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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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게임 엔진 중심으로 구축돼온 전통적인 게임 개발 구조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진화로 본격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간단한 텍스트 한 줄만으로 상호작용 가능한 가상 세계를 즉석에서 생성하는 AI 기술이 공개되면서, 게임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여겨져 온 ‘게임 엔진’과 이를 다뤄온 게임 개발자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구글은 지난달 30일 다양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 환경을 생성할 수 있는 범용 월드 모델인 '프로젝트 지니'를 일반에 공개했다. <구글 프로젝트 지니 캡처>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발전이 단순한 게임 개발 보조 도구를 넘어 기존 게임 개발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계기는 지난달 말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연구용 프로토타입 ‘프로젝트 지니’의 등장이다.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 조작이 가능한 가상 세계를 생성해준다. 물방울이 튀고, 눈 위에 발자국이 남으며, 사물을 움직일 수 있는 등 기본적 물리 법칙이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사전에 설계된 지도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움직임과 선택에 맞춰 게임 환경이 실시간으로 자동 생성된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 개발 방식을 순식간에 구닥다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게임 환경과 조작 가능한 캐릭터를 각각 분리해 생성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한 이용자는 “현존하는 가상 시뮬레이션 중 역대 최고 수준의 퀄리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술 공개 직후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대표적인 게임개발 엔진 기업인 유니티 소프트웨어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하루 만에 24% 넘게 주가가 하락했고, 2일에도 약세가 이어졌다. 같은 날 로블록스(-13.2%)와 테이크투 인터랙티브(-7.9%) 등 주요 게임사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그간 디자인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해온 인력들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반응에 이어 "게임 개발 자체가 AI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게임 개발은 수백 명의 개발자가 수년에 걸쳐 그래픽 소스을 제작하고, 물리 엔진과 게임 로직을 코드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AI 기술은 별도의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물리 게임 엔진 없이도 AI가 게임 환경과 캐릭터 상호작용을 스스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게임 개발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게임사들이 보유해 온 자본과 기술 중심의 경쟁 우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젝트 지니는 아직 연구 단계로 저해상도 그래픽과 짧은 구동 시간 등 기술적 한계도 분명하다. 향후 주요 게임들을 대체할 만한 경쟁력이 있는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 크래프톤은 지난해 'AI 퍼스트' 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원 대상의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크래프톤>
다만 AI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AAA급 대작 게임의 개발 공정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상용 엔진을 대체하거나 실질적 위협이 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AI 발전이 게임 개발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계 전반의 구조 변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AI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엔진 중심의 AI와 월드 모델이 서로 경쟁하는 단계를 거쳐, 결국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하나로 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게임 엔진이 AI와 결합해 새 개발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규모 개발 인력 중심의 게임 제작 방식이 구조적 재편 과정을 겪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개발자 수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임 업계는 콘텐츠 산업 가운데서도 AI 도입 속도가 특히 빠른 분야로 꼽힌다. 구글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게임 개발자의 약 90%가 개발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제작, 코드 보조, 테스트 자동화 등에서 AI 활용이 이미 보편화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AI발 구조조정’도 현실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트트(MS)는 지난해 AI 중심 재편과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 1만5천 명 이상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메타는 사업의 주축을 가상현실(VR)에서 AI로 옮기는 과정에서 VR게임을 중심으로 1천 명 대상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 게임 업계도 다르지 않다.
크래프톤은 ‘AI 퍼스트(AI First)’ 전략을 회사의 중장기 방향으로 제시한 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퇴사 선택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역시 “중국 게임사들이 1천~2천 명을 투입해 게임을 만드는 시대에 한국에서는 한 명이 AI를 활용해 100명 역할을 해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