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쿠팡이 인기 도서 품목을 확보하며 도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쿠팡에서 판매하는 한강 작가의 신작 '빛과 실'. <쿠팡 홈페이지 갈무리>
배송 속도에 가격 경쟁력, 큐레이션 콘텐츠까지 3박자를 더한 쿠팡은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도서 소비 경험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책도 가장 빠르게’를 내건 전략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도서 유통업계 균형추를 흔들고 있다.
25일 출판 업계 상황을 종합해보면 쿠팡이 온라인 도서 시장에서 눈에 띄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비록 쿠팡이 도서 부문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예스24와 교보문고에 이어 업계 ‘3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명백한 후발주자인 쿠팡이 도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온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배송 속도’다. 로켓배송 시스템은 도서 분야에서도 강력한 무기로 통한다. 오늘 주문한 책을 다음날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은 ‘하루라도 빨리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확실한 구매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기존 강자들도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쿠팡이 이미 구축해온 탄탄한 물류 인프라와 앱 기반 소비자 접근성은 더할 나위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가격 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예스24나 교보문고 등 주요 온라인 서점들이 통상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쿠팡도 같은 수준의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오히려 부가 혜택까지 따져보면 쿠팡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회원은 책을 한 권만 사도 무료배송과 반품이 가능하며 최대 5%의 쿠팡캐시 적립까지 제공된다.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1만5천 원 이상 구매해야 무료배송을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실한 매력 조건이다.
여기에 반품된 상품 중 상태가 거의 새 것과 다름없는 제품은 할인된 가격에 다시 판매된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상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배송에 이어 콘텐츠 측면에서도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유통 플랫폼을 넘어 큐레이션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로 정체성을 확장해가는 모습이다.
쿠팡은 매월 하나의 주제를 정해 도서를 선별해 소개하는 ‘테마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1월에는 ‘재테크’, 2월에는 ‘힐링’, 3월에는 ‘자기개발’을 주제로 각각 10권 내외의 책을 추천하며 독자와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단순히 ‘잘 팔리는 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함께 제안하는 방식이다.

▲ 쿠팡이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매달 특정 주제에 대한 도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주제별 도서 추천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에는 쿠팡이 보유한 방대한 구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도서 추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독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해 장르나 작가별 수요를 충족시키고 충성 고객층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 제품군 규모 면에서도 전통 서점 못지않은 위용을 보이고 있다. 꾸준한 직매입 확대를 통해 전문 도서 유통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라인업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서는 인문, 역사, 자기계발 등 총 22개 카테고리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 가운데 소설 카테고리 상품만 해도 60만 종이 넘을 만큼 방대한 규모다. 웬만한 분야의 책은 쿠팡 앱 하나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출간된 한강 작가의 신작 ‘빛과 실’도 쿠팡에서 만날 수 있다. 현재 10% 할인된 가격에 로켓배송으로 주문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예약 판매 시작 하루 만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는 한강 도서의 재고 부족으로 배송 지연과 주문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출판사들이 예스24와 교보문고 등 전통 강자에게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일반 이커머스 플랫폼은 인기 도서 확보에 애를 먹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막강한 ‘바잉 파워’를 앞세워 이 같은 유통 장벽을 뚫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출판사와의 직거래 확대, 직매입 물량 증가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경쟁 플랫폼과의 격차를 벌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그의 대표작 18종을 선정해 예약 판매를 진행하며 빠르게 수요를 흡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도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 뒤 구독형 서비스나 전자책 분야로 확장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아직 온라인 도서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설 경우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달 기준으로 상위 2개 기업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