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홈플러스의 ‘회생인가 전 인수합병(M&A)’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주인 구하는 홈플러스, 메리츠금융 '청산 카드' 접고 M&A 진행 관망하나

▲ 13일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담보권 행사'를 고민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담보권 행사 관련 고민도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13일 MBK는 입장문을 내고 회생인가 전 M&A를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회계법인 삼일PwC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3조7천억 원, 계속기업가치는 2조5천억 원이라는 보고서를 낸데 따른 조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보유한 총 자산에서 부채를 뺀 청산가치가 앞으로 10년 동안 영업해 벌어들일 잉여현금흐름의 현재가치인 계속기업가치보다 1조2천억 가량 높았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의견이 나와 홈플러스측의 독립 회생계획안 제출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MBK는 인가 전 M&A를 신청하고 홈플러스의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매매 대금을 채무 변제금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인수합병과는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자가 대주주가 되는 계약이다. 

MBK는 입장문에서 “청산을 피하고, 회생을 계속할 수 있는 인가 전 M&A를 진행하려는 홈플러스의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인가 전 M&A가 성사될 경우)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2조5천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소각된다”고 말했다.

인가 전 M&A의 시한은 홈플러스 회생신청일인 올해 3월4일로부터 1년 뒤인 내년 3월4일까지다. 기한 안에 인수자가 나타나면 선순위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도 채무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인수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으리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대형마트 규제가 강해지는 분위기”라며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는 기업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 역시 “인수자를 찾으려는 것은 MBK의 기대사항일 뿐”이라며 “MBK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수자 찾기가 난항에 빠지면 조정호 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24년 3월 홈플러스에 1조2천억 원 규모 리파이낸싱(재융자)을 실시했다.

그룹사별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메리츠증권이 6551억 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2808억 원씩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원리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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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홈플러스에 1조2천억 원 규모의 대출을 빌려줬다.


오종원 메리츠금융지주 위험관리책임자(CRO)는 올해 5월 1분기 경영 실적 발표에서 “현재 1조2천억 원 규모 채권에 4조8천억 원 규모 부동산 담보가 확보돼 있다”며 “회생 계획과 관계없이 안정적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3월 기업회생 신청 이후 메리츠금융그룹이 이자수익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법정관리를 받으며 이자를 포함한 모든 금융비용 지출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번 사태로 연간 이자수익이 65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으로선 M&A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담보권 행사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홈플러스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만큼 조 회장이 담보권 행사를 택하는데 법적 문제도 없다.

다만 담보권 행사는 곧 홈플러스의 청산 개시를 의미하고, 이 경우 10만 명이 넘어서는 홈플러스 직원들의 일자리도 사라진다.

조 회장으로선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규모 일자리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 업계는 조 회장이 결국 홈플러스의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길 기다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전날 채권단 모임이 열렸지만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와 최대주주인 MBK의 자구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메리츠에 담보권을 행사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아직 메리츠측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