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상원을 통과해 법제화 절차를 밟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제학자의 의견이 나왔다. 미국 달러화 사진.
규제 및 관리감독에 허점이 생긴다면 ‘뱅크런’ 사태와 같은 위기가 불가피해질 수 있어 미국의 국가 경제와 안정성, 신뢰도에 모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 경제학자인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내고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경제에 혼돈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명문화하는 ‘지니어스’ 법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앞으로 하원 통과를 비롯한 절차가 남아 있다.
여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 다수도 해당 법안에 찬성 의견을 낸 만큼 법제화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번 법안은 미국 달러화와 연동해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을 사실상 정당한 화폐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업과 관련이 없는 업체도 요건을 충족하면 자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유통업체 월마트와 아마존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으로 신용카드 네트워크망 또는 은행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는 결제수단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규제당국이 수천 종류에 이를 수도 있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사용을 완벽하게 관리감독하지 못한다면 결국 큰 혼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는데 현실적으로는 발행처에 따라 가치가 시장에서 다르게 책정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특정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는 다른 발행처의 자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는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이를 현금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을 이끌 공산이 크다는 예측도 이어졌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들은 현금을 국채 매수 등에 활용하는 만큼 현금화 수요가 급증하는 ‘뱅크런’이 발생하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서둘러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금리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등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오고 경제 전반에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스테이블코인 발생은 중소 은행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금이 은행 대신 스테이블코인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최소화하려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응책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금전적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그동안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일원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와 상반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