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7-17 16:13:42
확대축소
공유하기
▲ 의료AI 기업 루닛은 상장 유지를 위해 수익성을 입증해야 할 기로에 섰다. <루닛>
[비즈니스포스트]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상장 유지를 위해 수익성을 입증해야 할 부담이 커졌다. 재무적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루닛이 앞서 못 박았던 “운영자금 목적의 유상증자는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견지할지 주목된다.
17일 루닛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부터 루닛에 대한 성장성 검증 기준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인해 3년 동안 유예받았던 법차손(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 관련 규정이 올해 회계연도부터 적용되면서부터다.
루닛이 올해부터 2년 연속으로 법차손 요건에 해당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 지난해 루닛의 법차손 비율은 50.5%였고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첫 번째 경고등이 켜지는 셈이다.
현행 규정상,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가 최근 3년 중 2년간 법차손이 10억 원 이상이고, 동시에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전 경고 장치다.
그동안 루닛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루닛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발표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AI 정책 간담회에 의료AI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국내 의료AI 업계 대표주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 의료AI업계 관계자는 “루닛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며 “루닛과 같은 선두 기업이 잘 되면 업계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실적으로 입증해야 할 시점에 들어섰다.
루닛 역시 이를 인식하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두 가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전환사채(CB) 전환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며, 둘째는 손실 폭을 줄여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루닛 전환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자기자본이 약 1700억 원 증가하게 된다. 자본총계가 늘어나면 법차손 산정 시 분모가 커져 손실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루닛 자본은 1714억 원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결손금이 계속 누적되면 자본은 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환사채 역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해야만 보통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 루닛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을 발표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AI 정책 간담회에 의료AI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국내 의료AI 업계 대표주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유방암 특화 AI 플랫폼 기업 볼파라 인수를 위해 조달한 1665억 원 규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최근 5만4892원에서 5만2846원으로 하향조정됐다. 해당 전환사채가 발행 결정된 2024년 4월 당시 루닛 주가는 5만3700원이었지만, 이날 종가 기준 4만7550원으로 떨어졌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도 있지만 루닛의 기존 입장을 감안할 때 실제 추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루닛은 앞서 “운영자금 목적의 유상증자는 계획에 없다”며 “불가피하게 현금 확보가 필요하더라도,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는 활용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결국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통한 자생적 성장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루닛은 이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했다.
루닛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38억 원, 250억 원, 541억 원으로 증가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루닛 매출은 앞으로도 큰 폭으로 성장해 2025년 898억 원, 2026년 1157억 원, 2027년 151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1분기보다 273.6% 증가한 19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루닛은 2분기 IR레터에서 “1분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계획한 방향대로 순항하고 있다”며 “2026년에는 손실 폭이 크게 줄고, 2027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닛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해마다 커지면서 손실 폭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법차손 비율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