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두산에너빌리티가 올해 들어 주가에 힘을 받으면서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시가총액 10위 안에 안착했다.
세계적 에너지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에 더해 국내에서 상업 개정이라는 훈풍까지 불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업 가치는 한동안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올해 초에서 상반기 말까지 4배 가까이 올랐다.
17일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날보다 0.47% 떨어진 6만3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0조5475억 원으로 9위를 차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시가총액 순위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만 해도 종가 기준으로 36위에 불과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들어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월2일 1만8060원으로 시작해서 6월30일에는 7만2200원까지 올랐다. 반년 동안 4배에 가까운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시가총액은 6월 말에 한 때 5위까지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20년을 전후해 두산그룹 전반에 걸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시장 흐름은 매우 극적인 상황 변화로 볼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재도약에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원자력발전을 비롯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주기기를 제작할 역량을 갖춘 기업인 데다 풍력발전, 가스발전 등 다른 에너지 분야 주기기에서도 독보적 수준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원전과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주축의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수주한 데다 미국에서 원전 확대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 상승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및 소형 원전 가치사슬에서 대안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 사이에 주요 고객들로부터 수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앞으로 기업가치 상승에는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도 더욱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 시에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 행사를 3%로 제한하고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지주사의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며 실제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전후해 국내 주요 그룹의 지주사 주가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을 놓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 이해상충 문제가 두드러졌던 지주회사는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그룹에는 지주사 두산이 있으나 두산에너빌리티가 그룹 내에서 실질적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며 계열사인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등을 거느리고 있다.
▲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에 힘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모습.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업가치 상승은 총수 일가 입장에서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 등 구조조정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하반기에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분리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합병비율이 문제되며 주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두산그룹으로서는 여전히 투자 여력 확보 등을 이유로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강하나 상법 개정안의 통과로 소액주주 보호와 관련한 여론에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 그룹의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시도는 투자자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무산됐으나 투자자들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했고 결국 기업가치 할인으로 귀결됐다”며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두산그룹이 향후 인위적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