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인텔에 이어 마이크론에도 본격적으로 정부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록랜드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론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 투자를 칭찬했다. 인텔과 유사한 정책적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정부가 인텔의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마이크론을 통해 메모리반도체도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마이크론 미국에 2천억 달러 투자, 트럼프 “대단한 일”
26일(현지시각)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마이크론 시가총액이 트럼프 대통령과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합심’에 힘입어 최초로 1조 달러(약 1499조 원)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미국 증시에서 이날 하루동안 19.3% 상승해 895.9달러로 장을 마쳤다. UBS와 미즈호증권 등 투자기관이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 영향을 받았다.
배런스는 특히 UBS가 마이크론의 중장기 실적 전망치를 반영해 목표 주가를 기존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높여 제시하며 가파른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공화당 정치 집회에 참석해 마이크론의 설비 투자에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 점도 주가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혔다.
마이크론은 뉴욕주에 향후 20년 동안 1천억 달러(약 150조 원)를 들여 대규모 반도체 공장 단지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2030년부터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
배런스는 “마이크론이 미국에 현재까지 내놓은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계획은 총 2천억 달러 규모”라며 “이는 SK하이닉스 및 삼성전자와 경쟁에서 더 많은 반도체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론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단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호재가 겹친 뒤 미국 증시가 3일간 휴장한 데 따라 26일 마이크론 주가가 2011년 이후 하루 최대폭에 이르는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 ▲ 마이크론이 미국 뉴욕주에 조성하는 대규모 반도체공장 예상 이미. <마이크론> |
◆ 인텔 이어 마이크론에도 미국 정부 지원책 기대 높여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론을 특별히 언급한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이미 인텔이 미국 정부에 약 10%의 지분을 제공한 뒤 대규모 보조금을 받았던 선례가 있는 만큼 마이크론에도 유사한 방식의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크론 언급은 미국 정부가 결국 마이크론의 지분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에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투자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에서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집계 시점 기준으로 약 34%의 응답자가 2026년 내 미국 정부의 마이크론 지분 인수를 예상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트럼프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제조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대만 TSMC에 의존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인텔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26년 들어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극심한 물량 부족으로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점유율 1, 2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고객사에 공급된다.
트럼프 정부로서는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을 앞당기고자 마이크론에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이유가 분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인용한 미국 정부윤리청의 주식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3월에 개인적으로 마이크론 주식 5만~10만 달러(약 7496만~1억4991만 원) 규모를 매입했다.
로이터는 2025년 8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마이크론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 미국 정부의 마이크론 정책적 지원 가능성에 따른 변화 예측. <그래픽 챗GPT 제작> |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호황에 ‘정책적 변수’ 우려 부상
트럼프 정부가 마이크론 지분을 인수하거나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 내 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은 아직 주요 외신들과 투자자들의 관측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연히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생산량과 원가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인데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비교적 빠르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사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 및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마이크론에서 메모리반도체 조달을 우선순위로 두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8일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와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 경영진과 만나 인텔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TSMC가 대형 고객사들의 첨단 파운드리 수주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 기업들에 인텔과 협력을 유도하며 압박에 나선 셈이다.
향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마이크론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 할 동기가 분명해진다.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자급체제 강화 정책은 그동안 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에 집중돼 왔다. 자연히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장기화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혜폭이 커질수록 트럼프 정부의 관심도 높아져 정책적 변수가 등장할 확률도 유력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적당한 시점에 적절한 수준의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이익을 주거나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압박하는 무기로 삼게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