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SK오션플랜트 매각을 놓고 고심하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기업공개(IPO)에 대비해 환경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SK에코플랜트 리밸런싱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 기업공개 시한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매각 여부와 제값을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부문에서 올해 들어 기존 수주잔고를 훌쩍 뛰어넘는 신규 공사를 따냈다.
지난 4일에는 아시아지역에서 2002억2890만 원어치, 6월30일에는 3834억5425만 원어치를 수주했다. 둘을 더하면 5836억 원어치로 지난 3월말 기준 SK오션플랜트의 해상풍력 수주잔고 3479억 원의 167.7%에 이른다.
증권업계에서도 SK오션플랜트의 실적 확대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해상풍력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SK오션플랜트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오션플랜트는 최근 지연되던 안마도 해상풍력 수주를 확정했고 지난주에는 예상 밖의 대만 수주를 기록했다”며 “하반기 대만에서 추가 수주가 전망되는 가운데 예상대로라면 3분기말 수주잔고는 1조 원에 이를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SK오션플랜트는 매출 규모나 기술수준, 원가 경쟁력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시가총액은 대만시장을 양분하는 센추리 윈드파워(Century Wind Power) 대비 45%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시장이 그동안 해외를 위주로 활기를 보였는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에서 올해 처음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입찰이 이뤄지는 데다 이재명정부가 ‘햇빛·바람 연금’을 언급하며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강조해서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도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IPO에 대비해 SK에코플랜트 기업가치를 한층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상장 계열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일은 나쁠 게 없다.
특히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를 비롯한 환경 자회사 매각으로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 부회장에 SK오션플랜트의 시장 가치 상승은 더욱 반갑게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SK오션플랜트 시가총액은 지난 4일 기준 1조2427억 원으로 SK에코플랜트가 4600억 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에 오른 2021년 11월 평균 시총 7579억 원의 163% 수준까지 커졌다.
다만 장 부회장이 SK오션플랜트를 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하기 하려면 2대 주주와 협의를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 SK오션플랜트는 과거 삼강엠앤티로 송무석 전 대표 등 창립 일가 특수관계인이 7일 기준 지분 20.31%를 여전히 갖고 있다.
송 전 대표 등은 현재 SK오션플랜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당시 안건은 주총에서 유일하게 부결됐다.
SK에코플랜트가 매각 대상이 되는 지분의 매력을 높이려면 송 전 대표와 지분 동반 매각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읽힌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아직 송 전 대표 등과 경영권 동반 매각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회장은 SK오션플랜트의 매각 여부 자체를 놓고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IPO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환경분야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는 대신 반도체 솔루션 중심으로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건설업체들이 미래 먹거리로 해상풍력을 꼽고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5월 울산 앞바다에 조성되는 ‘반딧불이 해상풍력사업’의 기본설계(FEED) 계약을 따내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현대건설은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까지 시행하는 역량을 토대로 모두 5건의 해양풍력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삼강엠앤티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2023년 SK오션플랜트를 출범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의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됐다.
당시 삼강엠앤티가 2020년 국내 최초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수출에 성공한 기업인 만큼 SK 날개를 달고 글로벌 ‘탑티어 해상풍력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 SK에코플랜트와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풍력시장에서 탄탄히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 왼쪽 세 번째부터)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형근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 등이 지난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에서 기념사진을 직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SK에코플랜트는 그동안 업계 내 입지를 다졌고 2023년부터는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사에 올랐다.
SK에코플랜트는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해 한국풍력산업협회 임원사 가운데 단 두 곳밖에 없는 건설사다.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일 회장 자격으로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IPO 성공을 위한 리밸런싱을 위해선 SK오션플랜트 매각의 필요성이 커지지만 해상풍력으로 전체 기업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 부회장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 상장 시한을 고려하면 장 부회장이 SK오션플랜트의 매각 여부를 판단한 시간은 많지 않다.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기업공개 전 과정으로 약 1조 원을 조달하면서 투자자들에 내건 약정에 따르면 2026년 7월까지는 상장을 마쳐야 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자회사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IPO는 국내외 경제 및 증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예비심사 청구시기를 검토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