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텔 투자 위축으로 ASML 실적 타격, AI 반도체 호황에도 '먹구름'

▲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 약화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며 ASML 실적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사실상 TSMC 단일 고객사에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ASML 반도체 장비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도체 설비 투자 축소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SML이 사실상 대만 TSMC 단일 고객사에 수요를 의존하게 되며 장비 수주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6일 “ASML이 전 세계에서 독점 공급하는 첨단 반도체 노광장비 수요 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증권가 관측이 다소 비관적”이라고 보도했다.

ASML은 글로벌 대형 반도체 기업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판매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EUV는 미세공정 반도체 제조에 필수로 쓰이는 기술이다.

블룸버그는 ASML 실적이 특히 삼성전자와 TSMC, 인텔 세 곳의 고객사에 사실상 좌우되고 있는데 현재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은 TSMC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기술 역량 저하가 설비 투자 축소로 이어지며 ASML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인텔은 심각한 재무 위기로 전체 인력의 약 20%를 해고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모두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하는 데 고전하고 있어 ASML이 단일 고객사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ASML이 당분간은 사실상 TSMC의 반도체 설비 투자 확대와 대규모 장비 주문에 유일하게 성장 기대를 걸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인텔 투자 위축으로 ASML 실적 타격, AI 반도체 호황에도 '먹구름'

▲ 인텔이 반도체 생산 공장에 도입한 ASML의 하이NA EUV 장비 사진.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도 KBC증권 분석을 인용해 “하이NA EUV 장비 도입 추세가 늦어지면서 ASML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이NA는 기존 EUV 장비와 비교해 단가가 훨씬 높은 신형 반도체 장비다. 인텔이 이를 가장 먼저 도입하며 1나노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활용할 계획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인텔이 고가의 장비를 구매할 여력이 낮아지며 자연히 ASML에 타격히 불가피해진 셈이다.

삼성전자도 하이NA 장비 도입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KBC증권은 “최근 업계 분위기를 보면 하이NA 장비 채택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로서 TSMC의 주문 이외에 ASML에 긍정적 요인을 찾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호황기가 지속되며 엔비디아와 AMD, TSMC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강력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TSMC의 독주체제가 더욱 강화되며 ASML과 같은 장비 업체의 고객사 기반은 약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ASML이 TSMC에 실적을 더 크게 의존하게 된다면 향후 장비 공급 단가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블룸버그는 “ASML 주요 고객사가 추진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투자 계획이 장비 수주 확대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투자은행 제프리스와 바클레이스의 관측을 전했다.

월스트리트 주요 증권사들의 ASML 평균 목표주가가 최근 18개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조정됐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AMD가 미국 정부에서 중국에 수출 재개를 승인받은 점은 ASML의 장비 수요 회복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