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L&B 와인 침체에 실적 추락, 마기환 반등 위해 기댈 곳은 모회사 이마트

▲ 마기환 신세계L&B 대표이사가 국내 와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와인 사업을 강화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마기환 대표. <신세계그룹>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와인시장 침체 속에 신세계L&B 실적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마기환 신세계L&B 대표이사는 회사 본업인 와인 유통 분야에서 고객 접점을 늘리며 실적 반등을 노린다. 올해 공격적 출점을 재개하는 모회사 이마트를 통한 와인 유통 확대 또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신세계L&B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 신세계L&B는 영업손실 523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에는 28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116억 원)보다 76.1%나 줄었다. 매출 역시 2022년 2064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1795억 원) 전년 대비 13%, 지난해(1655억 원) 7.8% 뒷걸음쳤다.

신세계L&B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로 주류 수입·유통업을 운영하고 있다. 와인 관련 매출이 80% 이상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호황을 띄었던 국내 와인시장은 2023년 코로나19 종식과 내수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소주와 맥주 등 강력한 저가 대체재가 있는 국내 주류시장에서 와인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 경기 소비재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원/달러 고환율 기조가 더해져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에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L&B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와인 매출이 줄었다”며 “주류 완제품을 수입하는데 1400원 넘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수출국 인플레이션으로 다수 제품의 수입 가격도 인상되면서 이익에도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마 대표는 지난해 10월 말 신세계그룹 임원인사에서 신세계L&B 수장에 올랐다. 그는 국내 와인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도 와인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신세계L&B는 올해 들어서만 ‘와인앤모어’ 매장 2곳을 신규 출점했다. 와인앤모어는 신세계L&B의 오프라인 와인 전문 소매점으로 전체 매출의 3분의1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올 1월과 3월 각각 을지로 시그니처타워점, 데일리 이문점이 문을 열었다. 

와인앤모어는 2023년 3월 교대역점 이후 2년 가까이 새 점포를 내지 않았다. 앞서 송현석 전 대표 임기 1년 동안에 와인앤모어 매장 9곳이 문을 닫았다.

마 대표는 업계 1위 와인 유통사로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회사가 가장 잘하는 주류 유통 분야에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와인시장이 어렵지만 상권이나 입지가 좋고 이익이 날 것 같으면 공격적으로 검토를 해 점포를 오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L&B 와인 침체에 실적 추락, 마기환 반등 위해 기댈 곳은 모회사 이마트

▲ 신세계L&B 와인앤모어 매장. <신세계L&B>

그런 만큼 마 대표는 주류 유통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에는 거리를 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해 2월 신세계L&B는 와인앤모어를 주류 전문 매장 브랜드에서 주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화장품 업체와 협업을 통해 ‘와인앤모어 뷰티’ 제품 출시를 추진했으나 이는 현재 백지화됐다. 

마 대표는 취임 직후 화장품 제품 관련 영업보고를 받고 출시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앞서 그룹에서도 본업경쟁력 강화와 관계가 없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모회사 이마트가 올해를 기점으로 공격적 출점을 재개하는 점은 마 대표가 실적을 개선하는데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 2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시작으로 올해 최대 상권인 수도권에 3개 매장을 새로 낸다. 이뿐 아니라 이마트는 2027년까지 신규 점포 3곳 이상을 열고, 신규부지도 5곳 이상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신세계L&B의 신세계그룹 관련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46%를 보였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모두 와인채널에서 업계 선두업체로 점포가 늘면 납품을 새로 하게 돼 낙수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른 와인유통사 역시 낙수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생인 마 대표는 2000년 신세계 이마트부문에 입사해 2013년 12월부터 신세계L&B 영업팀장·영업담당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23년 7월부터 와인 수입·유통업체 나라셀라 영업마케팅 총괄 전무를 지내다 1년여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주류업계 ‘영업 전문가’이자 와인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