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비축기지에서 25일 직원들이 비축된 배추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강력해진 이상기후는 전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쳐 식품물가를 끌어 올리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 시스템을 보면 28일 기준 국내 배추 소매가는 평균 5408원을 기록해 지난달보다 약 50.21% 상승했다.
이는 극한 폭염으로 배추 가격이 이례적으로 높아졌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약 0.57% 높았다.
같은 날 상추는 100g당 965원으로 전월 대비 35.13% 올랐다. 토마토도 1kg당 3858원으로 31.60% 올랐다. 이 밖에도 수박과 오이 등 작물 소매가도 지난달과 비교해 29.36%, 10.81% 상승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극한 폭염과 폭우 등이 작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이상기후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배추값이 약 70% 폭등했다.
기후플레이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식품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8일(현지시각)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5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물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22년 기준 식량물가는 구매력평가(PPP) 기준 4.01달러에서 2023년 4.30달러, 2024년 4.46달러로 계속 올랐다. 구매력평가는 물건을 구매할 때 필요한 금액을 평가한 지수로 오를수록 같은 물건을 구매할 때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농업기구는 세계적으로 식량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지만 임금상승률은 국가별로 큰 편차를 보이며 '식량 안보'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임금 국가의 65%, 중저임금 국가의 61%에서는 2021~2023년 기간 동안 임금 상승이 정체돼 실질 식량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10%를 상회했다고 지적했다.
극한 이상기상 현상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분쟁이 겹치면서 세계 식량 시장은 더욱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 남아프리카 공화국 웨스턴케이프 주 시트러스달 지역에서 재배된 오렌지들이 출하를 위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연구진은 이어 "경제력에 여유가 있는 고소득 국가에서 나서 식량 불안정을 겪는 저소득 국가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을 확대하고 식량 은행 기금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날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들에서도 기후플레이션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각)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 인스티튜트' 보고서를 인용해 기후플레이션 영향에 자국내에서도 식량빈곤 현상을 겪는 인구가 2050년까지 100만 명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오토노미 인스티튜트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 개입이 없다면 2050년까지 영국 국내 식품물가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현재와 비교해 약 34% 이상 상승할 수 있는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소비자물가지수는 3.6% 상승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은행이 예측한 3.4%보다 높았다.
가디언은 기후변화로 인한 비정상적으로 덥고 건조한 날씨에 작물 수확이 줄어든 것이 식품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은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 주요 식량생산국에서 식품을 대량 수입하는데 이들 국가가 모두 기후변화 영향에 식량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윌 스트롱 오토노미 인스티튜트 최고경영자(CEO)는 "기후플레이션 현상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우리 경제 보호를 위한 진정한 기후 회복력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