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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장은 LG화학의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로봇 등 분야에서 사업 확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6월 초 방한은 한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관련 영역 사업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 황 CEO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LG, SK, 두산,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의 총수들을 연이어 만나며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번 방한은 AI 관련 산업을 놓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에 집중된 측면이 강했던 사회적 관심을 로보틱스, AI 인프라 등 인근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젠슨 황 CEO는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한의 한국에 대한 기여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AI 산업을 만들고 AI 생태계를 창출한 것”이라며 “한국에는 로봇공학과 AI 인프라 분야에 큰 기회가 있으며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크다”고 말했다.
황 CE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6월5일 ‘삼소회동’을 함께 했으며 6월8일에는 LG 트윈타워를 직접 방문해 LG그룹과도 협력 강화 의사를 분명하게 내보였다.
황 CEO가 LG와 협력을 강화할 분야로 꼽은 것은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 영역이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정보처리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를 로봇, 모빌리티, 스마트 팩토리 등에 적용해 실제 공간에 물리적 형태를 갖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을 이른다.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LG그룹의 LG전자, LG CNS, 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이 각각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화학는 배터리, 반도체, 로봇 등 제작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의 개발을 맡아 역할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사업은 LG그룹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사업으로 LG화학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사업 부문을 분리할 정도로 커졌다. LG화학은 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경쟁력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
▲ 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
배터리는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이나 모빌리티, 전자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 등 장치 제작에 필요한 소재의 개발 역시 LG화학의 몫이 될 수 있다.
LG화학은 올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플라스틱 전시회인 ‘차이나플라스’를 통해 메탈릭 ABS, 초고중합도 PVC, 고굴절 소재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탈릭 ABS는 광택 구현 및 경량화를 위한 로봇 외장재이고 초고중합도 PVC는 내열성, 유연성이 강화된 로봇의 내부 배선 소재다. 고굴절 소재는 높은 투명도와 내충격성을 바탕으로 로봇의 눈에 해당하는 센서의 렌즈커버 등에 쓰일 소재다.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LG화학의 반도체 소재 사업 역시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 사이 협력에서 간접적으로 수혜를 볼 사업 영역으로 꼽힌다.
LG화학은 반도체 패키징, 메모리용 기판 소재 등으로 첨단소재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반도체, 배터리, 로봇 등 AI 시대의 대표적 산업에서 가장 기초적인 소재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LG그룹 사이는 물론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 사이 협력이 강화되어도 LG화학에서 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전까지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성장해 왔으나 중국산 공급 과잉,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 구조적 침체에 직면했다. 이에 김 사장은 고부가, 첨단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힘주고 있다.
엔비디아와 직접 혹은 간접적 협력을 통한 AI 대전환 대응은 LG화학 포트폴리오 전환의 방향성에 더욱 힘을 보태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3월31일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LG화학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존 사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체질 회복과 함께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