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에서 받은 대출 약정을 충족하는 일이 어렵다는 판단뿐 아니라 계열사 기업공개(IPO) 성사 여부에 따른 현금 유출 가능성까지 공개했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이런 잠재 위험까지 세세히 드러낼 만큼 유상증자 성사를 위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읽힌다.
▲ 한화솔루션이 3번에 걸친 정정신고로 주주 반발을 산 유상증자 추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전날 제출한 유상증자 3차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14억5천만 달러(약 2조1800억 원) 규모의 미국 에너지부(DOE) 보증 대출의 재무 요건을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지난 14일 2차 정정신고서에 담았던 “준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와 비교해 어조가 한층 강해졌다. 이에 앞서 4월17일 제출된 1차 정정 신고서에는 준수 가능성을 판단하는 내용이 아예 담기지 않았다.
한화솔루션의 잠재적 재무 부담이 세 번의 정정신고를 거치며 구체화된 셈이다.
한화솔루션이 주당 가치 희석이라는 주주 반발과 이에 따른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에 유상증자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도 여겨진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3월말 첫 유상증자 발표 이후 금감원에 두 차례 정정요구를 받았다. 그 뒤 주주 반발을 고려해 유상증자 계획 규모도 당초 2조4천억 원에서 1조7천억 원까지 7천억 원이나 줄였다.
한화솔루션이 이번 3차 정정신고에서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잠재 위험으로 특히 구체화한 미국 에너지부 보증 대출은 태양광 사업부문 미국법인이 2024년 12월 약정했다.
당시 ‘솔라 허브(용어설명 기사하단 참조)’ 구축 등 미국 현지 태양광발전 가치사슬 수직계열화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 미국 정부가 원리금 100%에 보증을 제공해 현지에서 사업성을 인정을 받은 성과로도 여겨졌다.
▲ 한화솔루션의 미국 태양광 생산기지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한화솔루션>
다만 해당 대출에는 한화솔루션이 순차입금(기사하단 용어설명 참조)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용어설명 참조)의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약정이 걸려 있었다.
한화솔루션은 이에 따라 올해 7월에는 직전 12개월 수치 기준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을 6.5배 이하로 맞춰야 한다.
만약 이를 맞추지 못하고 오는 8월14일까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웨이버(용어설명 참조)도 못 받으면 기한이익상실(용어설명 참조)이 발생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이 3차 정정신고서에서 이 대출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특정 차입금에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하면 악영향이 연쇄적으로 재무구조에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한화솔루션은 “회사채 및 해외법인의 현지금융 계약에는 관례적으로 교차해서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조항을 포함하는 차입금 총액 규모는 4조7천억 원 수준이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 증가 효과는 한화솔루션이 미국 에너지부와 대출 웨이버 논의에 올릴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웨이버 여부를 판단할 재무제표는 6월30일에 결정되는데 유상증자 신주상장 예정일은 이미 8월11일까지 밀렸다.
더구나 한화솔루션은 미국 에너지부 보증 대출의 기한이익상실 발생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웨이버 협의를 시작했고 이제까지 웨이버를 받은 경험도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한화솔루션은 잠재적 재무 위험까지 세세히 제시했다. 금감원과 자본시장에서 그동안 꾸준히 유상증자의 필요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한화솔루션의 의도는 이번 3차 정정신고서에 추가된 한화첨단소재와 HCC홀딩스 등 계열사 기업공개(IPO) 관련 내용 추가에서도 나타난다.
이번 3차 정정신고서에서는 HCC홀딩스와 한화첨단소재 등 계열사 기업공개(IPO) 무산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매수대금 및 보장수익이 각각 6762억 원과 6800억 원 이상이 빠져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명시됐다.
과거 IPO를 전제로 유치했던 자금 1조3천억 원 가량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명확히 제시한 셈이다. 다만 이는 최소 수준으로 한화솔루션이 재무적 투자자와 계약과정에서 보장한 수익까지 고려하면 유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화솔루션이 잠재 위험을 세세히 밝히는 데 공을 들인 셈이지만 현재로서는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시장에서는 여전히 유상증자에 냉담한 분위기도 감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반응이 시원찮다. 한화솔루션 주가는 전날 4만4450원에 한국거래소에서 장을 마치며 유상증자 발표 전날(3월25일) 대비 1.2% 하락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42.6% 오르며 종가 기준 8천을 처음 넘긴 것과 대조적이다. 각종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유상증자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유상증자 성사의 분수령은 이번주부터 6월초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3차 정정신고서의 효력발생일은 오는 6월11일이다. 만약 금감원이 다시 유가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다면 그 전날까지 의사를 한화솔루션에 전달해야 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신고서에 소액주주 부담 경감이란 내용도 추가하며 시장을 설득하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3차 정정 증권신고서에 “기존 주주배정 유상증자 금액 2조4천억 원이 주주에 부담이 된다는 시장 의견을 엄중히 받아들여 규모를 1조7천억 원으로 줄였다”고 적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자구안을 최대한 보완해 2차 신고서를 냈고 이후에도 엄중한 시장 요구를 조금이라도 더 수용하고자 소액주주 참여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하기 위한 추가 자구안을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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