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중국에서 하이엔드 남성복 브랜드 '준지'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미스토홀딩스(옛 휠라홀딩스)와 손잡았다.

미스토홀딩스는 그동안 한국의 인디 패션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안착시키며 성과를 낸 회사다. 삼성물산이 글로벌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해온 하이엔드 남성복 브랜드 '준지'의 유통을 미스토홀딩스에 맡긴 선택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중국에서 미스토홀딩스와 '윈윈' 노려, 하이엔드 브랜드 '준지'와 'K인디 유통' 결합 시험대

▲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자체 하이엔드 남성복 브랜드 '준지'의 중국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27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동향을 종합하면 자체 하이엔드 남성복 브랜드 '준지'는 중국 사업 확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준지의 해외 사업을 위해 미스토홀딩스와 중화권 유통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6월 안에 준지의 중화권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고 7월에는 중국 본토에서, 10~12월에는 홍콩에서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에 중국 상하이 'REEL' 백화점에서 운영하던 준지 단독 매장은 최근 운영을 종료했으며 현재 미스토홀딩스와 새로운 유통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해외 사업에서 현지 유통업체를 활용한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른바 '홀세일 비즈니스' 방식인데 삼성물산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현지 업체에 도매 형태로 공급하면 해당 업체가 현지 매장 운영과 유통·마케팅 등을 맡아 판매하는 구조다. 삼성물산이 직접 사업을 전개하기보다 현지 파트너사의 역량을 활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전략에는 과거 에잇세컨즈의 중국 사업 실패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2016년 중국 상하이에 에잇세컨즈 상해 법인을 설립하고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로 2년 만에 상하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이에 삼성물산이 이후 현지 사정에 밝은 파트너사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전개해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회사가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주요 브랜드는 캐주얼 브랜드 '빈폴'과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 스파 브랜드 '에잇세컨즈', 남성복 브랜드 '준지' 등이다. 이 가운데 빈폴과 라피도는 2000년대 초반 중국 시장에 진출해 현지 법인을 통한 직진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최근 에잇세컨즈는 필리핀에서, 준지는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현지 파트너사를 활용한 홀세일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2025년 7월 필리핀에 진출했으며 현지 유통업체 수옌그룹과 협력해 현재까지 마닐라에서 매장 3곳을 열었다. 준지는 현재 전세계 편집숍 100여 곳에 입점해있으며 중국에는 2024년 8월 처음 진출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준지의 글로벌 홀세일 사업은 패션부문 밀라노법인이 2022년부터 맡고 있다.

삼성물산은 준지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준지가 내부 브랜드 가운데 글로벌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해온 만큼 해외 사업에서 잠재력이 높은 핵심 브랜드로 꼽히기 때문이다.

준지는 디자이너 정욱준이 론칭한 브랜드로 2007년부터 파리패션위크에 꾸준히 참가하며 글로벌 인지도를 쌓아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는 2012년 인수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7월 '3대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해외 사업 확장'을 꼽았지만 해외 사업의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3년간 패션부문의 수출액은 2023년 97억 원, 2024년 85억 원. 2025년 75억 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전체 매출 비중으로는 0.47%, 0.42%, 0.37%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공시된 수출액에는 해외 사업 가운데 일부 홀세일 실적만 포함돼 있다"며 "세부 사업별 매출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2026년 1분기 중국 지역의 매출 성장률은 20%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중국에서 미스토홀딩스와 '윈윈' 노려, 하이엔드 브랜드 '준지'와 'K인디 유통' 결합 시험대

▲ 미스토홀딩스가 중화권에서 전개하고 있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중국 상하이 1호 매장 전경. <미스토홀딩스>


이에 삼성물산이 파트너십 중심으로 선회한 해외 사업 전략이 준지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이 중화권 사업 파트너로 선택한 미스토홀딩스는 그동안 K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확대해온 업체다. 옛 휠라홀딩스로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 중화권 패션 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스토홀딩스는 대표적으로 '3마 브랜드'로 불리는 국내 여성복 브랜드 마르디메크르디,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뗑킴을 중국 시장에 안착시키며 성과를 내왔다. 현지 라이브커머스·소셜커머스 기반 온라인 유통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마르디메크르디는 중국 진출 2년차에 매출 성장률 190%를 기록했다. 미스토홀딩스가 유통을 맡아 2024년 중국에 내놓은 브랜드 레이브 역시 중국 론칭 1년 만에 매출이 200%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토홀딩스 입장에서도 준지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중화권 사업까지 안착시킬 경우 기존 'K인디 유통사'를 넘어 중화권 패션 유통 사업자로서 영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스토의 핵심 강점이 인디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빠른 유통 확대와 대중적 확산에 있었다는 점에서 준지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궁합이 잘 맞을지를 놓고는 시선이 갈린다. 기존 브랜드들처럼 대중적 확장 전략에 무게가 실릴 경우 준지의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준지가 미스토홀딩스와 협력해 중국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