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들은 국제 무역 질서를 확립하고자 노력해 왔다.

1946년에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체결됐고 1995년에는 GATT를 계승하는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1967년 GATT에 참여했고 WTO 설립 당시 자연스럽게 WTO에 가입했다.
 
[특별기고] 심판이 사라진 국제무역 질서

▲ 최창희 포항공과대학교 전임연구원.

 
WTO의 주요 협정 중 하나는 '보조금 및 상계 조치에 관한 협정(ASCM)'이다.

ASCM의 핵심 요지는 ‘직접 간접 보조금을 통한 무역 시장 왜곡 금지’다. 여기서 직접 보조금은 현금을 주는 것이고 간접 보조금은 수출기업의 비용(이자, 공과금, 세금, 보험료 등)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이다.

오랜 기간 ASCM은 여러 나라의 보조금 정책 수립의 척도가 돼 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면서 WTO 협정은 유명무실해졌다.

먼저 중국은 G2임에도 개도국이라는 이유로 ASCM을 준수하지 않고 기업에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대규모 직간접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기술을 개발하면서 덤핑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던 다른 나라의 많은 기업이 기술 추격과 덤핑에 무너져갔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파산 신청 건수가 110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였다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낮은 가격으로 경쟁 상대를 도태시키고 시장을 독점한 후 가격을 올려 이윤을 취하는 방식은 중국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전략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보조금 전횡을 막지 못하는 WTO를 맹비난하며 WTO 참여를 축소했다. 또한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여러 가지 금전적 특혜를 주는 미국의 움직임은 ASCM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이다.

무역질서의 수립을 주도한 미국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GDP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WTO 중심의 기존 무역질서를 묵살하고 있는 현 상황하에서 다른 나라들은 ASCM을 잘 준수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SCM 위반을 상대국이 지적하더라도 G1과 G2도 지키지 않는 협정을 지킬 필요가 있냐는 논리를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미중 및 여러 나라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시 상황이다.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ASCM의 무력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GDP 대비 무역 비중)는 70%를 상회하고 이 중 약 36%가 수입이고 34%가 수입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열심히 수출하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여러 가지를 수입하는 형태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별기고] 심판이 사라진 국제무역 질서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9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이런 환경하에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고 풀린 돈이 부가가치 생산이 낮은 곳(예를 들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면 시중에 풀린 돈은 물가만 올릴 뿐 실질적인 경제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이나 주택 공급 대책 등은 실제로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ASCM하에서 수립된 산업지원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전략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중국과 경쟁에 밀려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기업과 전략적으로 중요한 혁신 산업(예를 들어 반도체, 방산, 바이오, 정밀기기, 혁신 소재, 배터리, 조선 등)이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포항공과대학교 전임연구원 최창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