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
▲ 이민성 리베이션 대표. 리베이션은 친환경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패키징 설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리베이션>
‘PPWR’에는 유럽연합 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포장을 대상으로 과대포장 제한, 재사용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규제 수위 역시 과징금은 물론 출고 정지, 시장 퇴출 등으로 매우 강력하다.
PPWR의 적용 대상으로는 유럽연합으로 수출하려는 우리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친환경 포장재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민성 리베이션 대표는 환경 규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 포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베이션은 페이퍼몰드,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패키징 설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민성 대표는 LG생활건강에서 약 12년 동안 화장품, 생활용품의 제품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세계적 탈플라스틱 흐름에서 사업 기회를 보고 2021년에 리베이션을 창업했다.
“LG생활건강에서 제품개발을 맡다가 신소재를 활용한 패키징 개발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업무를 하다 보니 로레알이나 P&G와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과 우리 기업들의 제품개발 방향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요즘에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흔한 말이 됐지만 글로벌 거대 기업들은 ESG라는 말이 쓰이기 전부터 탈플라스틱 등 친환경 전환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이 대표는 탈플라스틱과 같은 친환경 전환 흐름을 한국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쌓아온 역량을 펼칠 기회로 여겼다.
“국내 1위 소비재 기업과 글로벌 선도 기업 사이 개발 방향의 차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제가 가진 역량과 시장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탈플라스틱 전환을 더 빠르게 이끌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확신을 실현하기 위해 리베이션을 설립했습니다.”
이 대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리베이션은 LG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슈퍼스타트 인큐베이터’ 1기 협업기업으로 선정됐고 환경부 장관상,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벨류업 프로그램’ 선정,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 펭귄’ 선정 등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재활용 표준인 GRS 획득, 서울디자인어워드 수상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입증해 갔다.
LG생활건강, LG전자, 티웨이, 하이브, SK텔레콤, 유한킴벌리,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주요 기업을 비롯해 중견기업들까지 고객사도 100여 곳 넘게 확보했다.
“리베이션은 누적 매출 60억 원을 넘겼습니다. 창업 4년 차 스타트업임에도 매출을 통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지요. 같은 기간 동안 약 742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을 절감하고 323톤 규모의 플라스틱 사용을 대체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정량적 임팩트를 창출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 리베이션의 친환경 패키징 설루션 제품들이 전시된 모습. 리베이션이 제공하는 패키징 설루션은 리베이션은 페이퍼몰드, 바이오 플라스틱 등 지속가능 소재로 구성됐다. <리베이션>
친환경 포장재로 전환에 한국 기업들의 준비 수준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수출기업입니다. 결국에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야 하고 국제 사회의 규범에 따라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많이 안 돼 있어요. 한국 기업들이 친환경 패키징 규제에 대응하는데 리베이션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합니다.”
이 대표는 최근 기업의 친환경 패키징 전환과 관련해 소재의 기획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스튜디오’를 선보였다.
‘리스튜디오’에는 친환경 패키징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설루션을 제공하고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겠다는 이 대표의 생각이 담겼다.
“리스튜디오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패키지 전환 표준을 만들어 가는 것을 중요한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소재 개발과 제품 라인업을 확장함으로써 리베이션이 탈플라스틱 전환을 선도하는 허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