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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연말에 이어 내년에도 원/달러 평균 환율이 1400원대 중반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본격적 ‘고환율 뉴노멀’ 시대가 열린 것으로 파악된다.
▲ 19일 원/달러 환율이 1477.50원으로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주식 투자자라면 고환율 상수 시대에 알맞은 ‘맞춤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화의 가치가 낮아진다면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까.
19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주식투자자라면 고환율 수혜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본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구간에서는 수출주가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달러화 기준으로 과거와 동일한 매출을 올리더라도, 원화 환산 매출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순수출(수출-수입) 비중이 20% 이상인 대표적 수출 산업은 반도체·조선·자동차·디스플레이·호텔·해운산업 등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들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상품의 매출이 대부분 달러로 발생해 원화 환산 실적에 긍정적이다.
SK하이닉스는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르면 분기에 약 4천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헤지(환율 위험 회피) 전략에 따라 실적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투자 전 개별종목의 환율 전략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개별기업별로 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거래를 하거나 금융사와 통화 옵션계약을 맺는 만큼 과거와 달리 ‘고환율 수혜주=수출주’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고환율 수혜주’ 같은 증권사 분석 자료(리포트)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점도 이 같은 이유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관세 이슈 등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며 “특히 최근에는 환율 자체 변동성이 너무 커서 고환율 수혜주가 수출 기업의 실적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고 짚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업계의 경우 단기적 고환율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 유리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수입 대금이 늘어날 수 있다.
우선적으론 자동차 부품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결국 현대차나 기아 등 완성차업체에도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정유·발전·항공·철강 등 대표적 수입업종은 고환율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 10억3천만 배럴을 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막대한 원유 구매대금은 모두 달러화로 결제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1천억 원 규모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증권가는 해외 투자시 환헤지 상품을 이용하면 환 변동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서학개미’(해외주식투자자)라면 투자 시 환율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환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면 해외투자가 유리한 것은 맞지만, 높은 수준이던 환율이 갑자기 낮아질 경우 원화 환산 수익률이 악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하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투자 마케팅 축소를 압박하고 있어 개별 증권사의 수수료 정책 변화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환헤지를 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글로벌 상품의 경우 환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양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상품 이름 뒤에 ‘(H)’가 붙은 ETF가 환헤지 상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해외주식 투자가 지목될 만큼 서학개미가 많이 늘어났다”며 “투자 국가 분산, 환헷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투자 등으로 환율 변동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