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소주 오너 직접 등장 이어 '990원 소주' 승부수, 조웅래 '깜짝 마케팅' 위기 해법 주목

▲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사진)이 소주 한 병을 990원에 내놓으며 기업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 선양소주가 소주 한 병을 990원에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웅래 회장은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보면서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선양소주라는 이름을 소비자에게 각인하기 위한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 기업이 내놓은 소주들의 약진 탓에 지방 소주회사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나온 생존 전략이라는 시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일 선양소주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소주 한 병에 990원인 ‘착한소주990’을 990만 병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파격적 선택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주의 출고가가 이미 병당 1천 원을 넘은 지 오래 된 상황에서 소주 1병의 가격을 소비자 가격 990원에 내놓는 것은 수익성 악화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체제가 구축돼 있다면 누구든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양소주는 다르다.

선양소주의 지배구조를 보면 에코원이 지분 60%, 조웅래 회장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원의 지분은 조 회장이 90%, 배우자인 안신자씨가 10%으로 나뉘어 있다.

사실상 조웅래 회장부터 시작해 에코원, 선양소주로 내려가는 셈인데 조 회장이 선양소주를 직접 쥐고 있는 덕분에 주요 의사결정이 오너 중심으로 빠르게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지방 소주회사들이 놓인 생존 압박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주 시장은 본래 지역 기반 소비 구조가 뚜렷했다. 각 지역마다 토착 소주기업이 자리잡고 해당 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형태였다.

충남ᐧ대전의 선양소주를 비롯해 충북의 충북소주, 광주ᐧ전남의 보해양조, 경남의 무학, 부산의 대선주조, 대구ᐧ경북의 금복주, 제주의 한라산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읽힌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중심의 유통 구조가 자리잡으면서 전국 브랜드와 지역 소주가 동일한 선반에서 경쟁하는 환경이 됐다.

여기에 지방 인구 감소로 지역 소비 기반 자체가 축소되면서 토착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 대다수 점유율을 차지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2014년 두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약 60%였으나 현재 약 80%로 올랐다. 나머지 20% 안팎을 지방 소주회사들이 나눠 갖는 형편이다.
 
선양소주 오너 직접 등장 이어 '990원 소주' 승부수, 조웅래 '깜짝 마케팅' 위기 해법 주목

▲ 지역 소주회사들이 점유율 하락세를 겪는 가운데 충청권의 선양소주가 '착한소주990'을 990원에 한정 판매하기로 했다. 사진은 착한소주990이 진열된 모습. <선양소주>


과거 지역 시장에서는 각 지역 소주가 우세했으나 지금은 하이트진로가 대부분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부산에서 대선주조가 점유율 1위를 유지했지만 2025년에는 하이트진로에 역전됐다.

대선주조는 2025년 ‘지방소멸방지 대선으로’라는 표어를 내세운 포스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역 소주가 위기에 처했음을 지방 인구 감소 현상과 엮어 나타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선양소주 브랜드를 전국 소비자에 각인시키기 위해 99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 정책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원가 구조를 감안할 때 사실상 적자를 감수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990원 마케팅은 적자를 보는 구조라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며 “선양 브랜드와 회장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선양소주의 실적 흐름도 위기감을 더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양소주는 2010년대 중반 매출 6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감소해 2024년에는 약 480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525억 원 수준으로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업손익은 손익분기점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2023년 손실 16억 원에서 2024년 이익 15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더 낮추는 전략은 이익 확대보다는 브랜드 각인에 초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가격 전략이 시장 판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주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가격이 정상화될 경우 소비자들이 기존에 선호하던 제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양소주 관계자는 “선양소주는 조웅래 회장이 직접 모델로 활동하며 모델료를 아끼고 마케팅과 홍보 비용 등을 줄이고 있다”며 “원부자재 가격 인상 속에서도 손해를 감수하며 이번 제품 출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선양소주는 2021년 차은우씨, 2023년 걸그룹 ‘아이들’의 미연씨 등을 모델로 기용했으나 연예인 마케팅의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 회장이 모델이 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소비자와 소통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차은우, 미연을 모델로 써봤지만 안 된다. 내가 대한민국 소주 업계에서 톱모델”이라며 “내가 직접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나섰고 그게 먹혔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