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해군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왼쪽)가 4월16일 아라비아해에서 이란의 해상교역 차단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해군이 자국 내에서 함선을 건조해야 한다는 법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조선 강국에 군함 건조를 맡기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는 미 해군과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협업하고 있는데 이 기조를 한국 내에서 함선 건조까지 확대해 수혜를 확대할 가능성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미국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자국 해군이 한국에 군함 설계 및 건조를 맡기는 선택지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조선 기술과 인력 등이 부족해 한국 같은 조선업이 강한 우방국으로 선박 건조 외주를 맡길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자체적으로 중국 조선의 능력을 추격하기 어렵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미 해군전문지 USNI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실제 외국산 함정 설계 도입 및 공동 건조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으로 18억5천만 달러(약 2조7250억 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존 펠란 전 해군성 장관은 USNI뉴스를 통해 “외국에서 전투함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생산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가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미 해군과 협업하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및 HD한국조선해양 등 K조선 3사에 실적 확대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국 조선사와 미국 해군 사이 협력은 비전투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정도였는데 한국 내 군함 건조로 수익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안보를 이유로 해외에서 군함 건조를 제한하는 반스-톨레프슨법이 존재한다. 그동안 한국 조선사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전투함 MRO에서만 협업한 이유도 이 법안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함선 건조 능력을 추격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기존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현지에서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군함 건조 외주는 그동안 미 국방부에서 금기시됐던 조치”였다며 “중국 조선업에 맞서고자 하는 미국 국방 관계자 사이에서 우방국 함선 건조가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 ▲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앞줄 가운데)이 2025년 11월15일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소 야드에서 건조하고 있는 함정 설명을 듣고 있다. 커들 총장 왼쪽에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자리했다. < HD현대 > |
한국 조선 3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육성 기조에 따라 현지 투자나 기업 사이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2024년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현지에 직접 투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한화필리조선소는 한화가 미 해군 및 방위 산업 공급망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을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로 둔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미국 방위산업 스타트업인 안두릴과 무인잠수정 개발 협력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미국 군함 전문 조선소와도 협업한다.
한국 조선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한화오션이나 HD현대 등과 달리 방산 사업부를 직접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나스코, 디섹 등 조선소와 협력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하고 현지 전문 조선사인 비거마린그룹과 손잡고 MRO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MRO 사업에도 첫 입찰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한국 조선 3사가 각자 전략으로 미국 해군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셈이다.
백악관은 2027 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예산에서 해군 함정 건조에 지난해보다 200억 달러(약 29조4천억 원) 이상 증액한 658억 달러(약 97조 원)를 배정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는 1962년 이후 미국이 조선산업에 투자하는 최대 규모의 예산이다.
한국 조선 3사가 미군으로부터 군함 건조 또는 MRO 사업을 추가 수주하면 막대한 규모의 예산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한국 조선 3사가 현지 투자 또는 협업으로 준비를 해나가는 가운데 기존 '미국 내 군함 제조 정책'에 변화가 현실화할 수록 실적 확대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한국 내 건조로 더 큰 수주를 따낼 수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것보다 한국 조선소를 이용해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더 큰 규모의 수주를 따낼 공산이 커지게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해군은 일부 함정을 동맹국이 건조하도록 아웃소싱하고 그 대가로 미국에 대한 해양 산업에 직접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군함 건조 능력을 갖춰 미국이 군함 설계를 해외에 맡기는 안이 구체화하면 수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국내 기업끼리 저가 경쟁 등 수주전을 벌이기 보다는 협력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