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활성화 및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정책이 오히려 재생에너지 업계의 경제성 강화를 자극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에 정부 지원을 대폭 축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오히려 이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업계가 트럼프 정부의 핍박을 계기로 화석연료에 맞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한층 더 힘을 실으면서 결국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논평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재생에너지의 매력을 높였다”며 “사실상의 ‘그린뉴딜’ 정책을 펼친 셈”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초반부터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사업에 지원을 대거 축소하고 규제를 강화했던 정책이 지금은 오히려 관련 시장을 키우는 역효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을 주요 목표로 앞세워 전기차와 태양광, 풍력 발전과 배터리 등 산업에 막대한 지원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지원금 및 세제혜택을 대거 삭감하고 석유와 석탄, 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생산 및 발전을 적극 앞세웠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이런 정책이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의 원유 수출 차질로 이어져 세계 에너지 위기를 불러왔다.
자연히 화석연료에 단기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며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상충하는 흐름을 보이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과 유럽연합, 영국 등에서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이 강화되고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미국에서도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전기차 검색 횟수가 약 20% 증가하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이러한 추세는 오래 지속될 공산이 크다.
| ▲ 미국 로드아일랜드에 위치한 풍력발전 설비. <연합뉴스> |
자연히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대신 화석연료 발전과 내연기관차를 적극 밀어붙이던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자국 내에서도 정치적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 전쟁과 관련한 변수를 제외해도 재생에너지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덕분에 더욱 유리한 상황에 놓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지원이 사라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생존할 길을 찾으려 가격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업체들이 미국 정부 정책을 계기로 화석연료에 맞서 경제성을 가장 중요한 무기로 키워내는 데 주력하면서 지원 정책 축소를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게 됐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결국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가장 빠르고 저렴한 전력 발전 수단으로 떠올랐다는 조사기관 라자드의 분석을 제시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란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혐오하던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지난 3월 전기차 수요가 전년 동기보다 약 51% 증가했다는 조사기관 뉴오토모티브앤이모빌리티유럽의 집계 결과가 근거로 제시됐다.
전 세계 소비자뿐 아니라 각국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전환도 이를 계기로 활발해지고 있다.
가디언은 결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이러한 변화에 미국의 약점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선호 정책으로 미국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더뎌진 반면 다른 국가들은 더욱 속도를 내며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라 반사이익을 보고 있어 중국을 억제하려는 기존 의도와 완전히 반대의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재생에너지는 기후변화 대응 수단에 그쳤으나 이제는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 전력원으로 주목받게 됐다”며 “이는 관련 산업이 더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