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원진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이 4일 VD사업부장으로 위촉됐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TV 사업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최근 TV사업의 기술 리더십과 수익성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원진 사장은 구글 출신의 서비스·마케팅 전문가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삼성TV플러스' 성공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TV 사업의 중심을 기존 '하드웨어'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삼성전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수장을
용석우 사장에서 이원진 사장으로 교체하는 '깜짝인사'를 발표했다.
보통 삼성전자는 연말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주요 사업부장을 임명하는데, 2026년 한 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5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반도체에 이어 TV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TV 사업은 최근 하이센스와 TCL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과 TV 등을 담당하는 DA·VD사업부는 2025년 약 2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2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2026년 전체를 기준으로는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2027년 4월에는 중국 TCL이 일본 소니와 TV 합작사 '브라비아'를 설립해 삼성전자의 TV 1위 지위를 넘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은 2027년 TCL의 세계 TV 시장 점유율이 16.7%로, 삼성전자(16.2%)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을 교체하며,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유럽 TV 생산기지였던 슬로바키아 갈란타 TV 공장의 문을 24년 만에 닫았으며, 올해 안에 중국 내 TV 판매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저성과자와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하고 있다.
| ▲ 이원진 삼성전자 사장이 주도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삼성TV플러스'는 2026년 1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
새로 발탁된 이원진 사장은 서비스 사업 전문가다.
1991년 LG전자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 사장은 2007년 구글코리아의 초대 지사장이자 한국인 최초로 구글 본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으로 영입됐고, 2020년에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도 함께 맡았다.
2023년 말 상담역으로 물러났지만, 2024년 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에 오르며 다시 일선에 복귀했다.
이 사장은 TV와 스마트폰 기기에 탑재된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내보내거나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탑재해주고 수수료 매출을 확대하는 임무를 맡으며, 삼성전자가 플랫폼 사업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삼성TV플러스'도 이 사장이 주도한 플랫폼 사업이다.
삼성 TV 플러스는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서 약 4300개 채널과 7만6천여 편의 주문형 비디오(VOD)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억 명을 넘어섰으며, 매출도 조 단위에 이른다.
이 사장은 앞으로 TV를 단순한 시청 기기가 아닌 '인공지능(AI) 홈 허브'이자 '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며, 경쟁사와 차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주관한 '제1회 가전 인사이트 포럼'에서 "가전 산업이 제품 판매 중심에서 AI와 스마트홈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사장은 모바일 사업도 경험한 만큼, 모바일과 TV가 단순한 '화면 공유'를 넘어 '통합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글로벌 TV 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리더십 변화를 통해 재도약하기 위한 인사"며 "TV 기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 이원진 사장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