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 사장이 임상 물질을 확대하면서 리가켐바이오의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박세진 대표이사(왼쪽)과 김용주 회장(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 사장이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의 임상개발 확대를 통해 기술수출 기회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리가켐바이오가 창립 20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한 만큼 박 사장으로서는 그동안 쌓아온 ADC 플랫폼 기술과 기술수출 성과를 임상 데이터로 입증하고 후보물질별 수익화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5일 리가켐바이오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5개 이상의 ADC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LCB73과 LNCB74 등 2개 신규 후보물질의 임상 1상이 시작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임상 진입을 준비하는 파이프라인 수를 크게 늘리는 셈이다.
대표이사 교체와 맞물려 리가켐바이오가 연구개발 확대에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리가켐바이오는 4월29일 이사회를 열고 박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리가켐바이오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김용주 대표가 회장으로 승진하고 박세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세우는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회에서 후속 절차가 이뤄졌다.
김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연구와 신약개발, 오리온그룹 바이오 사업 자문 역할에 집중한다.
박 사장은 그동안 리가켐바이오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회사의 전략과 재무, 조직 운영을 총괄해 왔다. 김 회장이 연구와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영 전반을 뒷받침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단순한 세대교체라기보다 리가켐바이오가 기술수출 성과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단계에서 임상개발과 사업화 실행력을 함께 높여야 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로 풀이된다.
리가켐바이오는 그동안 독자 ADC 플랫폼 기술인 ‘컨쥬올’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실제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1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ADC 분야에서는 인정 받았다.
ADC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항암 치료 기술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ADC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 기술뿐 아니라 실제 임상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에서 진전시켜 안전성과 효능을 보여줘야 기술이전 협상력과 사업화 수익성을 함께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신규 임상 진입을 준비하는 후보물질 가운데 하나는 LCB02A다. LCB02A는 CLDN18.2를 표적으로 하는 ADC 후보물질이다.
CLDN18.2는 위암과 췌장암 등에서 발현되는 단백질 표적으로, 이를 겨냥한 항체치료제와 ADC 개발 경쟁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LCB02A와 관련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임상 1/2상 IND를 제출하고 2026년 3분기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상은 미국과 캐나다, 한국 등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박 사장에게는 임상개발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추가적 수익화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리가켐바이오>
리가켐바이오는 2025년 별도기준 매출 1416억 원, 영업손실 832억 원을 냈다. 매출은 2024년보다 12.4% 늘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2024년 212억 원에서 확대됐다.
지난해 연구개발비가 195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2.5% 증가한 영향이 컸다.
회사는 신규 임상 진입 예정 파이프라인과 기존 임상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전에 따라 임상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리가켐바이오는 오리온그룹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단기적으로 연구개발비 부담이 회사 재무에 무리를 주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는 2025년 말 기준 보유자금이 5116억 원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추가 현금 유입이 없더라도 연구개발 활동을 2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는 임상개발 확대를 사업화 성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임상개발 확대는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가능성과 계약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다만 후보물질을 더 높은 단계까지 직접 개발할수록 임상 실패 위험과 자금 소요도 함께 커진다.
박 사장으로서는 후보물질별 개발 단계와 시장성을 따져 기술수출 시점과 공동개발, 신설회사(NewCo) 활용 여부 등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박 사장도 후보물질별 사업화 전략을 다변화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박 사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기존 링커와 페이로드 기반 IND 과제를 빠르게 임상 단계로 올리고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1~2개 전략적 기술이전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뉴코(NewCo) 모델 등 다양한 사업 구조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독자 기술로 임상에 진입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필요할 경우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기술을 집약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신약개발 역량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도 리가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경쟁력과 임상개발 진전에 주목하고 있다.
이호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LCB71의 1차 치료제 승인 가능성 및 LCB84의 임상적 의의를 고려하면 빅파마와 대규모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리가켐바이오가 ADC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기술수출 기회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