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5-06 16: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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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이란전쟁에 대한 한국의 참전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의 이란전쟁 참전 여부는 한반도 안보, 중동국가와의 관계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계속된 ‘파병 거부’는 대미 투자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행히 최근 ‘대미 투자 1호 사업’이 결정되는 등 대미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어 차분한 대응이 더욱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프로젝트 프리덤을 잠시 멈추고, 합의가 최종 타결·서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파키스탄 등 여러 국가의 요청과 이번 작전에서 거둔 막대한 군사적 성과, 그리고 이란 대표단과의 최종 합의를 향한 진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부터 ‘프로젝트 프리덤’이라는 이름으로 호르무즈 해협 안에 고립된 약 2천 척의 상선 탈출을 돕겠다는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출 작전 시작과 함께 미국과 이란은 소규모 교전을 재개하는 등 이란전쟁의 전황은 급속히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자유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은 자유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요구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SNS에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한국 선박 폭발·화재 사고 이후 미국이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 문제를 공식 검토 테이블에 올렸다.
청와대는 5일 언론 공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한국 선박 폭발·화재 사고를 계기로 한국에 군사작전 동참을 요구한 데 대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미국이 구출 작전을 중단하면서 한국 정부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언론브리핑에서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 (참여 여부를) 검토하려고 하는데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그 검토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이런의 종전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파병 압력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국은 이란 전쟁 협력을 거부한 독일과 이탈리아 정부를 향해 주독미군 감군 등을 위협하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파병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북해진 한미 관계가 대미 투자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현재까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의 5일 보도를 보면 미국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건설 사업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선정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 투자 대상과 한국 기업의 시공·기자재 공급 등 참여 방식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도 대미 투자의 무난한 진행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대미 투자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 장관은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과 만나 전략투자 프로젝트 관련 예비협의를 진행하고 대미 투자 및 통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 차원의 대미 투자도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월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출국하고 있다. 김 장관은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투자를 기존 170억 달러에서 총 370억 달러 규모로 확대했다. 테슬라·애플 등 미국 기업과 파운드리 및 차세대 칩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해 현지 생산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 달러, 약 5조2천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공장에서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메타플랜트가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시설 HMGMA와 LG에너지솔루션·SK온과의 배터리 합작투자를 포함해 조지아에 모두 126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능력을 연 12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HMGMA 생산능력도 기존 계획보다 20만 대 늘린 50만 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미국 합작공장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에 43억 달러 규모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추진하고 있고, SK온은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 바토우카운티에 50억 달러 규모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GM과 인디애나주에 35억 달러 규모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스텔란티스와도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방산 분야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와 미국 조선업 재건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미국 필리조선소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조선·방산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조선산업 부흥 구상과 맞물려 현지 투자 및 협력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아직 미국 내 직접 투자를 단행하지 않은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발전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와 맞물려 북미 발전설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월 미국 기업에 370MW급 증기터빈과 발전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으며, 앞서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에 가스터빈을 공급하는 계약도 따낸 바 있다.
업계 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압력에 따른 한미 긴장이 대미 투자 사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저마다 말을 아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언급하기에는 “민감한 문제”라고 답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이라며 “일일이 반응하고 쫓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